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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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두 시기에 난 바흐를 붙잡았었다. 난 사실 국민학교(라 불리던 시절이라) 6학년때부터 어머니가 좀 차분해지라고 국선도를 옆집 여동생과 같이 다니게 했는데( 옆집 여동생은 한동안 다니다 그만둠) 그래서 항상 한 건 아니지만 호흡관찰 겸 기공은 내 인생에 뛰엄 뛰엄 같이 했다.

근데 스무살 넘어 부모님이 황혼이혼을 진행하시면서, 기도도, 단전호흡도 소용이 없는 순간이 왔다. 아무리 명상을 해도 .. 소용이 없었고, 난 어렸을때 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던 바흐 인벤션을 치기 시작했다. 정말 오랫동안 치지 않았던 피아노였고, 새로 배우는 수준으로 치기 시작했지만.. 어린 시절의 피아노 선생님께 감사한다. 당시 아직 방배동 경남아파트에 살고 있었어서 그 분께 – 같은 아파트 단지 사시던 선생님이셔서 – 세광 바흐 인벤션 책을 샀는데 어릴 적 치던 악보가 아니었단 말을 하며, ” 그런데 모차르트도 베토벤도 안 이런데 바흐를 치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져요.” 라 했더니, 선생님이 선생님 제자들 중에 젤 ..(하하) 연습을 안해서 선생님 장남이 그렇게 싫어했던 나에게( 근데 전공하라고, 추천하시고 친구 사이던 우리 어머니에게 두번은 전공시키라고 말을 하셨다고..근데 피아노가 좋았지만 당시에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그리고 소설이나 만화만큼 재밌진 않았어서…아 좋아도 게을렀습니다.. .침묵….) 이제 레슨 안한다며, 평생 레슨에 쓰신 바흐 인벤션 책을 줄테니 가져가라고 하셔서, ” 정말요?” 눈을 반짝이며 넘 감사하며 잽싸게 행복하게 채왔었다.. 하하.. 그리고 그 책으로 정말 행복하게.. 평생 처음으로 제일 열심히 연습을…(스무살 넘어서 말입니다…하하)).그렇게 몇년동안 하루 짧으면 한두시간, 길면 6~8시간씩 치면서 그 힘든 시기를 넘겼다.. 무사히.. 정말 곡 하나당 백번이 아니라 몇백번은 쳤을꺼다..

그리고 2019년 12월 4일에 스위스로 이주했다. 아시다시피 12월 7일에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코로나를 발표했고.. 뭐.. 스위스 여성조차 기침하면 스스로 주변을 둘러보며 공포에 질리던 시기에..

다행히 이사온 곳은 2-3주가 지나 내가 보균자? 가 아니란 걸 확신하더니 사람들은 적어도 반이상은 친절하거나 아주 친절해졌다. ( 물론 그걸로 끝난 건 아니고 세상 어디나 그렇듯이 사람 사는 곳이면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뒤따랐지만, 그건 코로나랑 직접적인 상관이 전혀 없는지라. ) 인생에서 그때 가장 힘든 시기라 느껴지는 시기가 시작되었고, 다시 호흡명상도 기도도 소용이 더이상 없었고, 난 디지털 피아노를 사고, 바흐 인벤션 책도 샀다. 그리고 하루 적어도 삼십분에서 한두시간, 어떨땐 하루 몇시간씩 거의 밤에도 헤드폰을 끼고 혼자 정말 바흐 인벤션만 쳤다( 아 심포니아 포함입니다. 제목이 길어서 생략). 진짜 난 바흐 인벤션 친 횟수 만으로는 전 세계 100위 안에는 들어가리라 본다. 진심.. 어쨌든 위안거리를 찾은 셈이라 정신적으로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그 몇년,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그리고 손이 많이 풀릴 무렵 드디어 바흐 평균율을 샀고 ( 과거 부모님 황혼이혼 시기던가.. 바흐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마찬가지로 듣고는 너무 아름다워서 살아 있는게 행복해지던 그 곡들..) 천천히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주곡들과 일부 푸가들이 쉬워서.. 진작에 치기 시작할걸 괜히 겁먹었었다고 바보같았단 생각도 했고…

그러고 작년 7월 말에 이 블로그를 열고 외신 요약을 시작하면서 거의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했고 인생의 우선순위가 아니었어서…

그리고 다시 명상만으로는 부족한 시기가 왔다. 근데 이제는 바흐 인벤션이 아니라 평균율에 웬지 손이 가는데 ( 더 자유롭게 느껴져서인듯도..) .. 피아노가.. 아이가 재미로 넣은 동전들과 나와 아이가 실수로 또는 애가 재미로 뿌린 물때문인지 여러 건반이 소리가 나지 않는 상태라.. 나무 피아노를(아이가 노래부르기도 하고)사야할까, 디지털 피아노를 사야할까 고민중..

내 인생은 뒤죽박죽일때 바흐로 시작해 마무리를 바흐로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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